우리들

오로지 희망만이 인간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게다가 희망은 사람을 좀 질리게 하는 면이 있는데, 우리는 대체로 그런 탐스러워 보이는 어떤 것들 때문에 자주 진이 빠지고 영혼의 바닥을 보게 되고 회한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11).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는 연경이라는 사람 자체가 아니라 나와 연경이 관계 맺던 방식과 그 두 사람의 관계 형태에서 극적 대비를 발견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21).

 

내가 지켜봐야 했고, 지켜보기를 강요당하다시피 했던 그 일들과 내가 알던 그들의 대비를 보다 드라마틱하게 하기 위해(그래서 그들에게 더욱 철저히 낙담하기 위해) 무의식 중에 설정한 일종의 장치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나는 자문하곤 했다(16).

 

그렇게 생각하다보면 그런 걸 미리 알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곧이어 우연인지 운명인지 알 수 없는 삶의 무자비함에 아득한 무력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19).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상하이에는 진정한 의미에서 시대란 존재하지 않았어. 심지어 현대조차 없었지. 오로지 몰취향이 만들어낸 키치함뿐이었어. 거기에서 우리의 관계를 환기하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이 어려웠을까? 우리가 맺어온 관계를 상징하는 건 상하이가 가지고 있는 어떤 면이 아니라 그곳에 부재하는 무언가였어. 우리가 가지지 못했고 가질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31).

 

우리 매년 여름마다 여기 올까? 우리가 단 한 번도 이야기해본 적 없는 다음 여름에 대해 이야기할 만큼 현수는 그곳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우리가 단 헌 번도 이야기해본 적 없는 다음의 다음, 또 다음의 여름에 대해 이야기할 만큼 현수는, 그리고 우리는 그날의 분위기가 좋았던 것이다. 그 이후 잠시 동안, 결코 길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분명하게 정적이 흘렀다(35).

 

정말 이게 다야? 이게 끝이야? 그들의 세계는 이렇게 사라져버릴 만한 게 아니었다고, 내가 그 해방촌의 언덕을 올라 도달한 세계는 이런 게 아니었다고 나는 생각했다(38).

 

나는 온전히 나로서 존재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온전히 나로서 존재하게 되는 걸 피하고자 했던 것 같다. 꽤 오랫동안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나 돌이켜보았지만, 그건 옳은 질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무엇이, 그들이 나를 그렇게 만들 수 있도록 했는지가 더 나은 질문이었던 것 같다(40).

 

모든 것이 끝난 뒤에 그것을 복귀하는 일은 과거를 기억하거나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재해석하고 재창조하는 일이니까. 그것은 과거를 다시 경험하는 것이 아닌 과거를 새로 살아내는 것과 같은 일이니까. 그러나 읽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글을 쓰는 것은 생각보다 고독한 일이다. 그래서 어느 날 나는 글을 쓰다가 어쩌면 내가 영원히 혼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그게 문득 참을 수 없이 두려워졌다(41).

 

내일의 연인들

 

내가 한 때 머물렀던 남현동 산자락의 조용하고 아늑한 빌라의 소유주는 선애 누나와 그녀의 남편으로, 두 사람은 그곳에서 오년 정도 결혼 생활을 한 뒤 파경을 맞이했다. 그 시기 나는 이십대 후반의 대학원생이었고, 만에 하나 잘되면 이렇게 될 수도 있겠다 싶은 미래에 대한 그럴듯한 전망도 없이 그저 온전한 현재자로서 존재하고 있었다(45).

 

지금은 물론이고, 당시에도 나는 그녀의 그런 말들이 나를 어떻게 그토록 감동시켰는지, 그런 말을 들을 때 마다 왜 더욱 열렬히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녀나 나를 대단한 사람으로 여겼던 것이, 아니면 적어도 그렇게 여기고 있다고 내가 믿게 만들어주었던 것이, 내가 정말로 그러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나에 대한 그녀의 애정으로 인한 왜곡된 시선 혹은 배려였을 뿐이라고 하더라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나는 그 시기에 그 말이 필요했고, 그녀가 그 말을 제공해주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기 때문이다(59).

 

내가 대학원에 들어간 것도 어떤 거리감을 획득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62).

 

이제와 돌이켜보면 내가 그 단어를 떠올렸던 이유는 실은 지워과 내가 서로를 구원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가졌던 것이 아니라 그저 서로가 어떤 식으로든 구원이 필요한 사람들이었다는 증거였을 뿐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서로에게 특별한 사람들이었던 게 아닐 마침 구원이 필요했던 두 사람이었을 뿐이라고(64).

 

정훈이에게 느낀 고마움이나 애정과는 별개로 그냥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된 거야. 그건 거부할 수 있는 종류의 감정이 아니었어. 살다보면 결코 거부할 수 없는 것들이 찾아오곤 하니까.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이 그 사람을 선택하는 방향으로만 움직이고 있었는데, 내가 달리 어쩔 수 없었겠어(69).

 

왠지 그 밤은 영영 지나가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그것은 내게 앞으로 다가오거나 다가오지 않을 무수히 많은 행복한 시간들과 외로운 시간들의 징후처럼 느껴졌다(72).

 

무사하고 안녕한 현대에서의 삶

 

나는 한참 동안 그 아이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순간 이미 오래전에 시작된 어떤 영원에 대해 자각하게 되었다. 그것은 한 해가 아니라 십 년이 지나고, 어쩌면 삼십 년이 지난 후에라도 내가 그 불운한 일에 대해, 그 아이에 대해 완전히 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함께 찾아왔다. 나는 그 전에도 그 후에도 영원이라는 단어를 그렇게 가까이 느껴본 적이 없었다(118). 

 

두 사람의 세계

 

 연인이 된다는 것은 두 개의 삶이 하나로 포개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결별의 순간이 오면 다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게 되지만, 어떤 이들은 그 상태가 너무 오래 지속되어 원래의 삶을 잊어버리거나 혹은 잃어버리기도 한다. 나로서는 상상하기 쉽지 않지만 이영선과 하남영에게도 당연히 서로를 알지 못한 채 개별적인 삶을 살아온 시간이 있었다(185).

 

나는 종종 누군가가 다른 사람과 연인이 되려면 어떤 요소가 필요한지 궁금해하곤 했다. 영선과 남영에게 그렇게 되었어야만 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을까? 두 사람은 그저 우연히 같은 공간에 있었고, 무심결에 건넨 말에 함께 가벼운 외출을 하게 되었고, 그리고 몇 번의 만남, 그보다 많다고 해봐야 십여 차례 정도의 만남을 가진 뒤에는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고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남영이 남영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영선이 영선이 아니라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결과는 같았을까? 나는 어쩔 수 없이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191-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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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무산, 견디다

2020. 7. 15. 10:16 from 美_아름다움.

명절날 친척들 한 자리에 둘러앉으니
그곳이 이제 갈등 들끓는 국가다
그 가운데 한 명 이상은 사장이고
한 명 이상은 극우파이고
한 명 이상은 붉은 머리띠를 매어 보았고
한 명 이상은 고학력 실업자이고
한 명 이상은 비정규직이고
한 명 이상은 영세상인이고
한 명 이상은 조기퇴출되어 보았고
한 명 이상은 대기업 정규직이고
누구는 파출부를 하면서 극우파이고
누구는 농민이면서 친미파이고
누구는 부동산으로 돈깨나 벌었고……


누구든 하나가 세상 푸념 시부렁대면
여지없이 면박이 날아온다 위아래가 치고받는다
누구 없이 망국론이다 전엔 여당 야당이 다투더니 이젠 전방위다
그러나 그것이 차라리 진보라면 진보다
정치가 이제 밥상머리에 왔다
권력이 이제 문간 들머리에서 쌈질이다
정치가 삶에 들붙어 떨어질 줄 모른다
누가 누구의 전부를 뭉개버리기 어렵게 되었다
산 것과 죽은 것이, 쌀과 뉘가 뒤섞인 건
오래 가지 않는다 밥솥까지 가지 못한다
그걸 선별해내느라 구경꾼들이 무대까지 올라왔다
지금은
이 소란스러움을 견디는 일이 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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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5일.

2020. 1. 17. 16:21 from 理_앓음다움.

 

*

내년 다이어리가 출시되는 시즌이 올 때마다 그는 마음이 초조해짐을 느꼈다. 이제 남은 시간이 별로 없었다. 1월 15일은 그가 살고 있던 방의 전세 계약이 끝나는 날이었다. 이제 슬슬 떠날 준비를 해야만 했다. 떠나고 싶어서 방을 새로 구하는 건 아니었다. 그의 주민등록등본을 가득 채운 방의 역사들을 돌이켜 보건대 모든 방은 계약 전에는 그럴듯해 보였으나 조금만 살아보면 제각기 문제를 안고 있기 마련이었다.

어떤 방은 층간 소음이 문제였고, 어떤 집에서는 공용 복도에서 빨래를 말릴 때마다 속옷이 사라지곤 했다. 신고를 여러번 하곤 했으나 범인은 찾을 수 없었다. 범인의 행각이 멈춘 것은 CCTV를 설치한 이후의 일이었다. 어떤 방은 겨울에는 미처 몰랐으나 여름에는 정말 죽을 만큼 무더웠다. 곧 이사갈 때 에어컨 이전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웠기에 제습기, 써큘레이터 등을 하나씩 구입하고 나니 사실상 에어컨과 비슷한 돈이 들기도 했다. 어떤 방은 지하에서 피우는 담배 연기가 그대로 들어오는 구조였다. 멀리 사는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이 상황을 하소연 해보곤 했지만 이미 주인도 포기한 듯, 젊은이가 지하에 사는 할머니를 좀 이해달라는 말을 할 뿐이었다. 그는 창문을 닫았고 할머니는 여전히 담배를 피워댔다.

 

*

처음에는 어리숙해서 허튼 방을 계약하나 싶었다. 하지만 여러 번 방을 옮기면서 방을 보는 눈높이는 높아지고 안목도 길러졌지만 방은 살아볼 때에만 비로소 그 진면목을 드러냈다. 한 계절을 다 살아보고, 또 이웃이 누가 살고 있는지를 모두 알고보고 방 계약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동네의 문제도 아니었다. 서울 대부분의 구와 동네들의 이름을 외웠지만 마주치는 문제점은 항상 비슷했다. 결국 문제는 지금 그가 지닌 자금으로 서울에서 구할 수 있는 방은 모두 어느 정도의 결함을 지닌 방임을 받아들이는 일이었다. 아무리 꼼꼼해져도 여유를 이길 수는 없었다. 그는 그런 여유가 없는 사람이었다. 이 두 문장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10년이 넘는 시간을 수업료로 냈다니 조금은 억울한 마음도 들기도 했다. 이제 그에게 남은 유일한 기준은 넓이였다. 여전히 ‘평’ 개념의 공간감에 익숙했던 그는 이제 누구보다 빨리 방 넓이를 3.3으로 나누어 방 크기를 가늠해볼 수 있었다.

 

*

‘미니멀리즘’이란 말이 없었다면 얼마나 삶이 비루했을까라고 그는 자주 생각했다. 어느 정도 넓이가 확보된 방을 구하면 그는 방을 여러 물건들로 적당히 채워 넣었다. 방을 옮길 때마다 이케아에 가서 쇼룸을 보고 새가구를 하나 정도는 샀고, 개중 낡은 가구는 항상 버렸다. 이케아 가구를 처음 개봉하고 조립할 때 누릴 수 있는 작은 행복, 이게 일조량이 적은 스웨덴인들이 즐기는 ‘우드워크’려나 그는 오래전 어디선가 배운 영어단어를 떠올렸다. 방에서 혼자 하는 ‘우드워크’는 너무나 쉽게 끝나서 초라한 감도 들었다. 그러나 언젠가 지금 산 이 가구도 버리겠지만 그 쉽게 버릴 수 있음에, 미니멀리스트인 그는 감사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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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령기 첫해의 신체검사 기록은 여러모로 의심스럽다. 이후의 기록들과는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혈액형은 평생에 걸쳐 RH+O형으로 확정되었다. 그런 것들도 잘못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식이 내게는 없다. .... 상식으로 널리 알려진 기초적 생물학 지식과 오쟁이 의식의 결합이 낳은 비극이었다. 아버지 역시 당시싸지 자신의 혈액형을 정확히 알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 일이 나를 잠깐 멀리 보내는 데 일조했다(1). 

   ... 언제나 IMF 핑계를 대며 용돈을 주지 않던 부모들의 한숨과 더불어 우리를 사로잡고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세계는 끝장나리라'는 정서였다. 그건 내가 곧 해산될 지경에 놓인 회사에서 순장조임을 예감하며 머무리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감정이었다. 두렵지만 설레는 것이었다. 만약 지구의 마지막 날이 온다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손을 잡고 눈을 꼭 감고 소멸하리라, 생각했던 내게 아른거리던 이미지는 언제나 임사 체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분신사바를 하며 놀았던 친구들과 체육관 구석 매트리스 더미에 기대앉아 소멸하는 장면이었다. 노트에 그런 그림을 그렸던 적도 있다. 거기 부모는 없었다(6-7).

  아마도 혼자였을 거야.

  팟.

  하얀 플래시가 터졌고 그 때 나는 죽었어(8).

  이것이 서울 피토레스크였다. 교수라면 그렇게 말했을 것이었다. 1999년의 우리들이었다면 다 함께 이불을 뒤집어쓰고 여긴 우리가 죽은 세상이야, 우리는 이 곳에서 적응해서 살든지,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노력해야 해, 라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기서 빠져나가면 다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야. 나는 그렇게 말하고, 노스트라다무스를 구루로 모시던 친구는 아니, 그곳은 암흑, 세상의 끝이지, 라고 말했을 것이고, 버뮤다 삼각지대를 날마다 상상하던 친구는 우리는 세상이 모르는 곳에 있어, 라고 말했을 것이며 우주 때문에 잠 못 자던 친구는 괜찮아, 유니버스는 무한하니까, 어디든 갈 곳이 있어, 라고 말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런 이야기는 우리끼리만 하는 아주 내밀한 이야기였다(12).

 

  나는 아니었다.

  나는 그날 잠깐 죽었을 뿐이었다. 일시적으로 눈이 멀었고.

  그 일을 계기로 임사 체험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시력의 불안정함에 대해 생각하다 영상미디어과에 진학하게 된 것이었다. 나는 잠깐 죽었을 뿐이었는데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13).

 

  나는 눈이 멀었던 적이 없었다. UO의 몽타주가 제 교복 셔츠의 넥타이를 풀어 내 눈을 감겨 버렸기 때문에 암흑에 갇혔을 뿐이었다. UO는 컴컴해서 플래시가 터졌고, 그 때 내게는 실제로 들리지 않았을 소리, '팟'이 환청처럼 들렸으며, 그 때 영혼이 달아났다. 담배를 피우러 다녀온 아버지는 비상구 문 앞에 쓰러져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상담사에게 대답했다.

  나는 죽었던 적이 있어요.

  (나는 발가벗겨진 채 사진을 찍혔고) 그 때 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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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向きに生きることほど

앞을 향해 사는 것 만큼이나

素晴らしいことはない

멋진 일은 없어

でも「前向きに生きて」じゃ

그래도 “앞을 향해 살아줘”여서는

頷けない誰かさんの為

납득이 가지 않는 누군가를 위해

夢追い人は

꿈을 좇는 사람은

ともすれば社会の孤児た

자칫하면 사회의 고아야

手段は選ばない

수단은 고르지 않아

いや、選べなかったんだ

아니, 고를 수 없었어

恨み辛みや妬み嫉み

원통함과 괴로움이나 질투나

グラフキューブで心根を塗った

그래프 큐브로 본성을 칠했어

それでも尚塗りつぶせなかった

그래도 여전히 완전히 칠하지는 못 했어

余白の部分が己と知った

여백의 부분이 자신임을 알았어

今更弱さ武器にはしないよ

이제와서 약함을 무기로는 하지 않아

それが僕らがやってきたことの

그게 우리들이 해온 것들의

正しさの証明と知っている

옳음의 증명임을 알고 있어

今こそ僕があの日の答えだ

지금이야말로 내가 그 날의 대답이야

見える人にだけ見える光だ

보이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빛이야

陰こそ唯一光の理解者

그림자야말로 유일한 빛의 이해자

旅立ちと言えば聞こえはいいが

여행길이라 말하면 듣기에는 좋지만

全部投げ出して逃し出したんだ

전부 내던지고 도망쳐 나왔어

孤独な夜の断崖に立って

고독한 밤의 낭떠러지에 서서

飛び降りる理由あと一つだけ

뛰어내릴 이유 앞으로 단 하나

そんな夜達に「くそくらえ」って

그런 밤들에게 “엿이나 먹어”라고

ただ誰かに叫んで欲しかった

그저 누군가가 외쳐주길 바랬어

未来になれなかったあの夜に

미래가 되지 못한 그 밤에

未来になれなかったあの夜に

미래가 되지 못한 그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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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2019.

2019. 11. 19. 13:45 from 美_아름다움.

 

내가 있었던 가장 아름다운 장소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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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7일

2019. 4. 27. 21:54 from 理_앓음다움.

어쨌든 나는 그렇게 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서른 세살, 그것이 그 당시 나의 나이였다. 아직은 충분히 젊다. 그렇지만 이제 '청년'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을 떠난 나이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조락은 그 나이 언저리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그것은 인생의 하나의 분기점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나이에 나는 러너로서의 생활을 시작해서, 늦깎이이긴 하지만 소설가로서의 본격적인 출발점에 섰던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2009, 76-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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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JEAN:
Je ne pars plus seul
Je suis heureux
J'ai revu ton sourire
Maintenant je peux mourir

COSETTE:
Vous vivrez papa, vous allez vivre
Moi je veux que vous viviez, entendez-vous!

VALJEAN:
Oui, Cosette défends-moi de mourir
J'essaierai d'obéir
Sur cette page j'ai confessé mon âme
Des secrets que tu voulais connaître
C'est l'histoire de celle qui t'a tant aimée
Et qui t'a confiée à moi avant de disparaître

FANTINE:
Prends ma main délivrée de tes chaînes
Qu'elle te guide vers le bonheur suprême
Dieu tout-puissant pitié, pitié pour cet homme

VALJEAN:
Pardonne-moi mes péchés et accueille-moi dans ton royaume

FANTINE, ÉPONINE:
Prends ma main et viens vers sa lumière
Prends l'amour qui brille quand la vie s'éteint

VALJEAN, FANTINE, ÉPONINE:
Et garde en toi les mots de ta prière:
"Qui aime son prochain est plus près de Dieu sur la terre"

CHOEURS:
À la volonté du peuple dont on n'étouffe jamais la voix
Et dont le chant renaît toujours et dont le chant renaît déjà
Nous voulons que la lumière déchire le masque de la nuit
Pour illuminer notre terre et changer la vie

Il viendra le jour glorieux où dans sa marche vers l'idéal
L'homme ira vers le progrès du mal au bien du faux au vrai
Un rêve peut mourir mais on n'enterre jamais l'avenir

Joignez-vous à la croisade de ceux qui croient au genre humain
Pour une seule barricade qui tombe cent autres se lèveront demain
À la volonté du peuple un tambour chante dans le lointain
Il vient annoncer le grand jour et c'est pour demain

Joignez-vous à la croisade de ceux qui croient au genre humain
Pour une seule barricade qui tombe cent autres se lèveront demain
À la volonté du peuple un tambour chante dans le lointain
Il vient annoncer le grand jour et c'est pour demain

C'est pour demain!

Posted by 양웬리- :

언어를 토해내고 나면, 항상 말하고 싶어진다.

꾸,꾸,꾸 라고.

감출 수도 없는 초라한 마음을

위로 받으려 할 수록 외롭기만 했었지만

솔직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

별 볼일 없는 날들도 나쁘진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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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양웬리- :

  제가 작품을 쓰면서 마주하는 것은 독자라기보다는 저 자신에 가깝습니다. 제 자신 안에 무수한 타인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고, 저라는 사람을 형성하고 있는 요소 중 타인에게서 온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깨끗한 육체를 갖고 태어나서 저는 결국 환부를 얻게 되었는데, 이 환부가 생긴 이유에 대해 물리적으로 추론해봅니다.

  그저 아무에게도 제대로 말할 수 없었던 저의 내면과 타자의 내면이 작품을 통해 연결될 수 있을 거라고, 아직까지는 믿고 있습니다. 현실에서 타인을 만날 때에는 타인이 내 앞에 따로 존재한다는 걸 인식하게 되지만, 소설을 읽을 때에는 작중 인물이 나의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의 내부에 작중 인물의 거주 공간을 그리고, 작중 인물의 얼굴을 상상합니다. 작중 인물이 아파하며 신음 소리를 낼 때, 그것은 외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아닌, 내 내부에서 그려낸 작중 인물이 아파하는 소리로 들려옵니다. 이런 것들은 저절로 되는 일이지 않을까요. 소설은 분명 내 외부에 존재하는 사물인데, 소설을 읽으며 그려낸 세계는 제 안에 있습니다. 작중 인물의 아픔이 나에게 전가되는 체험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아픔을 작중 인물과 나누어 가지는 순간이 제가 창작을 하는 순간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또 다른 한 명과 아픔을 공유하는 것인데, 그렇게 해서 최소한의 보편성을 최초로 경험하는 것이 창작이라고 여깁니다. 독자들이 제 소설 인물에 동참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독자들이 제 소설 속 인물의 환부를 경유하고 나서 자신의 현실로 돌아갔을 때, 경유하기 이전과 이후가 달라진 것이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제 소설을 읽은 독자들이 제 소설을 읽기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쓰고 싶었던 것들을 쓰고 싶습니다. 쓰고 싶었던 이야기를 쓰는 도중에, 써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이야기가 자꾸 더 생겨나버립니다.

<제8회 문지문학상 수상작품집>, 116-1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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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포래에 얼어붙는 섣달 그믐 
밤이 
얄궂은 손을 하도 곱게 흔들길래 
술을 마시어 불타는 소원이 이 부두로 왔다 

걸어온 길가에 찔레 한 송이 없었대도 
나의 아롱범은 
자옥자옥을 뉘우칠 줄 모른다 
어깨에 쌓여도 하얀 눈이 무겁지 않고나 

철없는 누이 고수머릴랑 어루만지며 
우라지오의 이야길 캐고 싶던 밤이면 
울어머닌 
서투른 마우재말도 들려주셨지 
졸음졸음 귀밝히는 누이 잠들 때꺼정 
등불이 깜박 저절로 눈감을 때꺼정 

다시 내게로 헤어드는 
어머니의 입김의 무지개처럼 어질다 
나는 그 모두를 살뜰히 담았으니 
어린 기억의 새야 귀성스럽다 
거스리지 말고 마음의 은줄에 작은 날개를 털라 

드나드는 배 하나 없는 지금 
부두에 호젓 선 나는 멧비둘기 아니건만 
날고 싶어 날고 싶어 
머리에 어슴푸레 그리어진 그곳 
우라지오의 바다는 얼음이 두텁다 

등대와 나와 
서로 속삭일 수 없는 생각에 잠기고 
밤은 얄팍한 꿈을 끝없이 꾀인다 
가도 오도 못할 우라지오
Posted by 양웬리- :

그래, 그럴 수밖에. 누군가와 함께 살았었으니까.

이 년?

응, 이 년.

그러면 총 삼 년을 산거네.

그런데 마치 삼십년을 산 집처럼 그 집이 지겨워졌어. 도망치듯이 떠나야했어.

그럴 수밖에. 누군가와 함께 살았었으니까.

그가 먼저 떠났었으니까(67-68).

 

전화를 끊고, 굽은 등을 펴고, 주저앉아 울었어. 그러고 보니 난 서른 살이었어. 겨우 서른 살이었어.

그를 사랑했니?

응, 그를 사랑했다.

누구를 말하는 거니. K? 아니면 프랑스 남자?

누구든. 모두. 떠난 모두. 떠났으므로(74).

 

먼 훗날 다시 한번 주울거지?

응, 아마도.

기억도 할 수 없는 오래 전의 일이 바로 어제 일처럼 불쑥 다가올 때.

응, 길을 걷다 불쑥.

그 일을 이해해야 하니까.

아냐. 꼭 그런 것은 아냐.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아마 결코 그 일을 이해하진 못할 거야.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그 일은 세상에서 가장 미스테리한 단 하나의 불가사의로 눈부시게 빛날거야.

그럼 왜 줍지?

기억 속 찬란한 순간을 위해. 믿기 어렵지만, 다시 한번 그 순간을 살기 위해(87).

 

 

Posted by 양웬리- :

1. '이제와서 생각해보니'란 말을 이제와서 생각한다. 너의 목소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지만. 새삼. 그렇다.


2. 너가 진심으로 힘을 낼 수 있기를, 바랐다. 부담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길, 넌 강한 사람이니까.


3.  It's the terror of knowing what this world is about. But, we will never meet the ground.


4.  For the candles in the darkness, burning up the sorrow. There’s no end to sadness, we didn’t learn that.


5. 작년을 넘어서면서 나의 세계가 견고해지고, 두터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나를 중심으로 세계를 돌린다. 그리고 적어도 그 안에서 나는 자유롭다. 무언가를 움켜쥐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밖의 세계에서는 어떨까. 아직도 난 어쩔줄 모르고 고민만 하고 있는걸까.  나는 그 이후, 더 바깥으로, 더 앞으로 나아갔을까. 이 세계를 누군가와 나눌 수는 있는걸까?


6. 아르메니아라는 나라에서는 춘분이 새해의 시작이라지. 춘분의 봄비와 함께 새해가 왔으면 좋겠다.  너에게도, 나에게도. 새 공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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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제1고는 3월 7일에 완성했다. 3월 7일은 무척 추운 토요일이었다. 로마 사람들은 3월을 미치광이 달이라고 한다. 날씨나 기온의 변화가 제멋대로이고 급격하기 때문이다. 어제는 따끈따끈하여 봄날같더니, 하룻밤 자고 나면 다시 한겨울로 돌아가는 식이다. 이날은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정원에서 가볍게 조깅을 하고, 그리고 쉬지 않고 열일곱 시간을 써내려갔다. 한밤중에 소설이 완성됐다. 일기를 보니 사뭇 지쳐 있었던 모양이다. 딱 한 마디 '아주 좋다'라고 쓰여있다."

-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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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이 흐른 지금, 새벽녘, 출근길에 오르는 사람들 틈에 서서 기차가 역사 안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리며 베를린의 기차역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내 앞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정차하는 낡은 기차, 그 유리창 위로 비친 내 얼굴은 생활의 피로에 젖어 있는 다른 승객들의 얼굴을 꼭 닮아 있었고, 베를린 동역에서 힘차게 기차 위에 올라탔던 어린 승객과는 조금도 닮은 점이 없었으니까요(34-35).


고작 5년 사흘을 함께 보냈을 뿐인 우리는 서로와의 재회에서 무슨 기적을 바랐던 것일까요? 우리가 감당하며 살아갈 미래를 생각하면 5년도 사흘도 허망하기는 매한가지인 시간일 뿐인데요(36-37).


당신들은 동양을 좋아했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남북관계나 한국전쟁밖에 몰랐어요. 하지만 당신들의 동양에 한국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나는 당신 부부 덕분에 여행 책자만으로는 결코 알 수 없는 세계를 좀 더 알 수 있었고, 그것이 좋았습니다(38).


당신은 독일이 저지른 역사적 비극에 대해 말해주며 당시에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던 유대인 박물관에 다녀오라고 추천해주었고, 도스토옙스키를 읽어보지 않았다는 말에 당신이 가지고 있던 영역본 책 중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선뜻 꺼내어 내게 선물해주기도 했습니다. 주아에게. 책의 내지에 짧은 메모를 해주던 당신 곁에 서 있을 때 맡았던 관능적인 향수의 향. 내가 사전을 찾아가며 더듬더음, 오랜 시간에 걸쳐, 그 책을 읽을 때마다 담배 냄새가 은은히 섞여 있던 그 향기를 떠올리곤 했다고 이야기했던가요? 내가 나중에 독일 정치사를 전공한 지호와 결혼해서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왔을 때, 당신은 이것이야말로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사상의 실현이 아니겠냐며 활달하게 웃었지요. 일본 문학 석삭까지 마친 내가 학업을 포기하고 독일로 남편을 따라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신은 무척 안타까워했습니다. "남편이 유학 가면 아내가 학업이나 일을 포기하는 것은 한국에서는 평범한 일이에요." 당신의 집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응접실에 앉아 차를 마시며 내가 말했을 때 당신은 나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습니다. "주아, 너에게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 자유가 있단다." 당신의 말이 내게 던졌던 파문. 고백하자면 나는 그 후로 선택의 순간이 올 때마다 주문처럼 당신의 말을 떠올리곤 했어요. 남편의 유학 생활을 끝내고 한국에 돌아와 늦게나마 일문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39).


교수를 목표로 공부하는 사람은 언제든 나자바찌게 되어 있다, 공부가 좋아서 하다 보면 어쩌다 될 수 있는 것이 교수다(41).


시간강사 처우 개선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그의 은사가 연구하려면 강의에 시간을 뺏겨서는 안 되는데 어째서 강의를 그렇게 많이 하느냐고 지호를 나무랐던 날, 그날은 스승의 날이었어요. 지호는 그날 술에 취해서 비에 젖은 택배처럼 집으로 실려 왔습니다(41).


사실은 우리 사이에는 아무 것도 존재할 수 없음을 그저 받아들였으면 좋았을 텐데. 사람은 어째서 이토록 미욱해서 타인과 나 사이에 무언가 존재하기를 번번이 기대하고 또 기대하는 걸까요(44).


나는 나의 피부색이 당신의 피부색보다 어둡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어요. 그리고 나의 피부색은 내 발을 정성스레 닦아주던 젊은 안마사의 피부색보다는 밝았지요. 나는 그 사실에 대해서 그날 밤 골똘히 생각합니다. 앳된 마사지사는 무릎을 꿇고 우리의 발을 박하와 레몬으로 정성껏 문질렀습니다. 한국에서였다면, 마사지를 해주는 사람이 한국인이었다면, 이렇게까지 불편한 마음이 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44-45).


나는 이제 사원들을 바라보는 것이 싫어졌어요. 돌무더기에 핀 이끼와 그 위로 부서지는 빛은 틀림없이 아름다웠고, 무너져 내린 것들 사이를 지탱하는 수백 년 된 나무를 보는 일은 황홀했지만, 그것을 태연하게 향유하는 행위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살점처럼 버려진 돌무더기 위에서 영어를 쓰는 아시아계 관광객과 프랑스인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폐허를 만드는 데 아무런 일조를 하지 않은 사람처럼, 이 모든 것이 그저 시간과 자연의 원리에 훼손되었다고 믿으며 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45).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자리가 있고, 각자의 역할이 있어. 거기에 만족하고 살면 그곳이 천국이야. 불만족하는 순간 증오가 생기고 폭력이 생기지. 증오와 폭력은 또 다른 증오와 폭력을 낳고 말이야. 그게 우리가 지난 반년을 보내고 얻은 교훈이야. 그렇지, 베레나?(51)".


긴 세월의 폭력 탓에 무너져 내린 사원의 잔해 위로 거대한 뿌리를 내린 채 수백 년 동안 자라고 있다는 나무. 그 나무를 보면서 나는 결국 세계를 지속하게 하는 것은 폭력과 증오가 아니라 삶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단다(54).


"풍화된 것들은 바람에 흩어져 없어지고 말겠죠. 그렇지만 나는 덜컹거리는 열차 위에 아직 타고 있고, 여전히 무엇이 옳고 그린지 당신이나 지호처럼 확신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그런 이야기를 하고자 이 편지를 쓴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요, 베레나, 이것만큼은 당신에게 분명히 말할 수 있어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당신의 기억이 소멸되는 것마저도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순리라고 한다면 나는 폐허 위에 끝까지 살아남아 창공을 향해 푸르게 뻗어 나가는 당신의 마지막 기억이 이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딸이 낳은 그 어린 딸이 내게 그렇게 말한 후 환하게 웃는 장면이요(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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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건 없지만 작은 건 작은거지. 양코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건 작은 거, 작은 건 좋은 거지? 그는 질문인지 혼잣말인지 모를 억양으로 말했고 태순은 왜 작은 게 좋은 건지 생각했다. 작은 건 나쁜 거 아닌가(153).


명동에서 종로까지 걸으며 유리와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신축 빌딩과 아케이드 안으로 사라지는 사람들, 바스러질 것 같은 구한말의 집들과 일제시대에 지어진 백화점의 벽을 손으로 더듬었고 건물 사이를 들고 나는 바람과 사람들의 차림, 버스가 새로 개통한 고가도로를 올라가는 풍경을 보았다. 양코씨는 자신이 바로 그렇다고, 나와 똑같다라고 말했다(153-154).


그건 나도 그래, 너랑은 다르지만 나도 그래, 68혁명이 일어나고 야스다 강당이 해방되고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 검은 장갑 시위대가 행진하고 기동대가 투입되고 박살 난 동경대생들이 질질 끌려나오는데 나는 여기서 뭐 하지, 반도호텔과 삼성빌딩 사이에 서서 골목을 돌아나오는 바람, 서울 시내의 골목을 휘젓고 튀어나온 젤리 같은 부드럽고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감상에 젖기나 하다니, 그렇지만 내가 서울에 살기로 한 것도 이 바람 때문인데, 베를린과 토오꾜오를 본뜬 서울의 건물들 사이를 거닐며 액화되는 공기의 흐름을 느끼면 안되냐고 양코씨는 생각했고 이쪽으로 가요, 오늘은 남산을 가요,라고 말했다(155).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 기분이 아침마다, 가끔 밤의 침묵 속에서 불쑥 솟아올랐고 그건 아무래도 지금 시대 때문 아니겠어요? 라고 양코씨는 말했다. 모든 게 변하고 있고, 그런데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하고 양코씨는 말했다(156).


우리는 모두 왠지 모를 힘에 이끌려 낯선 공간과 관계 맺어지는데 그 힘을 일컬어 시간이라고 하는 것 아닐까, 그 때는 미래라는 말이 너무 좋고 일기에 미래를 여러번 반복해서 쓰며 아이를 낳게 되면 아들딸 구분 없이 미래라고 하자, 미래에는 남녀 구분이 사라질지도 모르고, 미래에는 아이를 낳지 않아도 아이가 있을지 모르고, 미래에는 미로로 만들어진 방과 건물, 도시의 길을 끊임없이 걸어도 지치지 않고 두렵지 않고 예기치 않은 조우와 나무가 우거진 광장을 가로지르는 자전거, 테라스를 맴도는 새떼의 울음소리, 쇼윈도에 비친 초록색 베레모와 다리 아래를 오가는 작은 자동차 무리의 웅성거림에 귀 기울일지도 모르니 미래를 좋아했는지도 모릅니다(158-159).


태순은 어린 시절부터 아케이드를 좋아했다, 유리와 철로 이루어진 거대한 말발굽, 밝고 투명한 심해어의 내장, 안과 밖, 위아래가 연결되고 갈라지는 선로의 분기점, 소화되지 못하고 부유하는 찌꺼기와 찌꺼기를 먹고 사는 기생충의 흐름 같은 것들, 태순은 말했고 야오씨는 이상한 취향이 아니라 할 수 없다며 세운상가에 오면 오오사까의 우메다 지하상가가 생각나는데 자신은 지하가 싫고 아케이드도 싫고 워커힐도 싫고 국립경기장도 싫다, 그리고 미래가 싫다고 말했다. 그것은 그들의 미래지 우리 미래가 아니요, 그들의 진보지 우리 진보가 아닙니다, 정말 오오사까에 갈 생각입니까, 양코씨는 물었고 태순은 방 안에 틀어박혀 <운수좋은날> 따위를 읽는 것보단 낫겠죠, 언제까지 여자 패는 소설을 읽고 있을 작정이에요, 라고 말했다고 했지만 어쩌면 아무 말도 했는지도 모릅니다,라고 말했다(159).


오오사까에 온 양코씨는 만국박람회의 핵심은 태양의 탑도 아니요, 인공위성도 아니요, 인류의 조화와 진보도 아닌 무빙벨트에 있다며 무빙벨트가 필요한 곳은 오직 하나, 회전초밥집뿐입니다,라고 했지요(163).


출품된 한국영화는 '언제나 타인'이라는 제목의 신파로 미찌꼬와 봤는데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었지요. 저는 늘 이해할 수 없는 격차를 느끼곤 합니다, 왜 미래학 세미나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한국영화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이토록 다르고 한국관과 한국관을 만든 사람들이 다르며 만박과 만박을 만든 사람들이 다른 것인지요, 저는 어디에도 피트하게 들어맞지 않는데 이것은 장소보다 시간을 꿈꾸게 합니다, 기술을 찬양하는 것과 기술을 비판하는 것, 박람회에 참가하는 것과 박람회를 분쇄하는 것, 국가에 동조하는 것과 저항하는 것 모두 몸에 맞는 옷을 선택해 입는 것이며 그런 옷을 입을 수 있는 몸을 가진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선택지였지요, 라고 태순은 말하며 그녀가 보기에 양코씨와 김원, 조영무는 모두 그러한 몸을 가진 사내들로 몸이 없으면 무엇을 할 수 있나요, 저는 누구보다 오래 한국관에 머물렀고 신문기사에도 나왔지만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인가요,라고 말했다(166-167).


반복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저는 미래라는 말을 이해하는 데 평생을 다 쓴 것 같은데 지금도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습니다, 미래가 반복된다면 그것을 미래라고 할 수 있나요, 라고 말했다(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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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의 마무리

2019. 2. 27. 12:38 from 眞_알음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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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오빠는 당연하다는 듯이 웃었고, 나도 따라 웃었다. 따라 웃다 말고 뒤통수가 서늘해졌다.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 와야 해. 그렇게 말하던 언니의 목소리가 떠올라서였다. 언니의 목소리는 기운 차고 선량했다. 그런데 나는 왜 웃었을까. 따라 웃고 말았을까. 언니는 더없이 친절했는데. 우리 남매에게 티끌만큼의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스스로가 곤혹스럽게 느껴졌다. 이날의 일이 흰 타일 위에 지워지지 않고 연하게 밴 카레 얼룩처럼 마음에 오래 남아 있다(180).

 

  인회 언니는 자신의 의견을 그대로 적어 교수에게 메일로 보냈다. 이틀만에 답장이 왔다.

  그러니까 잘 살펴보라는 거예요. 구선생에게 큰 공부이자 도전이 될테니.

  평소에 스스럼없이 '너'라고 부르던 민교수는 인회 언니를 '구선생'이라 칭했다. 전에 없이 경어체까지 사용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 번역하는 것 말곤 다른 방법이 없음을 언니는 그제야 깨달았다고 한다(182).


  그녀가 안경을 추켜올리며 웃었다. 시원한 웃음이었다. 그것이 인회 언니가 무언가를 택하는 방식이었다. 그녀가 가장 원하는 것은 가장 궁금한 것이었다(186).


  내가 보기에 언니는 그런 사람이었다. 최선을 다해 선택하고 최선을 다해 포기하고 최선을 다해 먹고 최선을 다해 땀 흘리는 사람. 인회 언니와 보낸 그 겨울 동안 나는 맑고 쨍한 호수를 누비며 헤엄치는 새끼은어가 된 기분을 느꼈다. 그 모든 점심의 밥값을 전부 다 인회 언니가 냈다는 사실을 한참 뒤에 깨달았다. 우리의 식대도 프로젝트비에 포함되어 있는 거겠지, 라고 나는 넘겨버렸다. 물론 밥을 사주었기 때문에 인회 언니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지만(187).


  인회 언니의 이름은 책 어디에도 없었다. 역자후기에는 이 뛰어난 학습서의 저자이자 위대한 학자, 동시에 우리의 다정한 친구인 저자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인사뿐이었다.

  혹시나 하여 맨 뒷장부터 다시 샅샅이 뒤졌지만 언니 이름은커녕 이니셜도 발견할 수 없었다. 고맙다는 말, 아니면 미안하다는 말이라도 어딘가에 한 줄 들어있기를 나는 절실한 심정으로 바랐다. ... 우리는 아직 어른들의 세상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197).


  교문을 나오자마자 갈림길이었다. 다른 길로 헤어지기 전에, 언니는 내게 언제 한번 놀러오라고 했다.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꼭."

  의례적으로 하는 인사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았다.

  "그럴게요, 꼭."

 나는 대답했다. 언니가 먼저 떠났다. 그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나는 내 방향으로 몸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2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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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zarashi, Poésie

2019. 2. 19. 16:52 from 美_아름다움.

ペガサスの羽音を聞いてみたい

페가수스의 날개 짓 소리를 들어 보고 싶어


初冬の空に出せなかった手紙を燃やしたい

초 겨울의 하늘에 보내지 못했던 편지를 불 태우고 싶어


それが夕日に照らされる頃に泣きたい

그것이 석양에 비춰질 적에 울고싶어


本家の桜の木をもう一度見たい

친가의 벚꽃 나무를 다시 한 번 보고싶어


死にたい

죽고싶어 


死にたいと言って死ねなかった僕らが生きる今日がこんなに白々しいものだと伝えたい

죽고싶다면서 죽지 못한 우리들이 오늘도 이렇게 뻔뻔하게 살아 있다고 전하고 싶어


それでも死ななくて良かったと思う日がたまにある事を伝えたい

그럼에도 "죽지 않아서 다행이야"라며 생각 할 날이 가끔은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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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편지

2019. 2. 6. 22:56 from 美_아름다움.

지금 편지를 받엇스나 엇전지 당신이 내게 준 글이라고는 잘 믿어지지 안는 것이 슬품니다. 당신이 내게 이러한 것을 경험케 하기 발서 두 번째입니다. 그 한번이 내 시골 잇든 때입니다.
이른 말 허면 우슬지 모루나 그간 당신은 내게 크다란 고독과 참을 수 없는 쓸쓸함을 준 사람입니다. 나는 닷시금 잘 알 수가 없어지고 이젠 당신이 이상하게 미워지려구까지 합니다.
혹 나는 당신 앞에 지나친 신경질이엿는지는 모루나 아무튼 점점 당신이 머러지고 잇단 것을 어느날 나는 확실이 알엇섯고….. 그래서 나는 돌아오는 거름이 말할 수 없이 헛전하고 외로¤습니다. 그야말노 모연한 시욋길을 혼자 거러면서 나는 별 리유도 까닭도 없이 작구 눈물이 쏘다지려구 해서 죽을번 햇습니다..
집에 오는 길노 나는 당신에게 긴 편지를 ¤습니다. 물론 어린애 같은, 당신 보면 우슬 편지입니다.

“정히야, 나는 네 앞에서 결코 현명한 벗은 못됫섯다. 그러나 우리는 즐거¤섯다. 내 이제 너와 더불러 즐거¤던 순간을 무듬 속에 가도 니즐 순 없다. 하지만 너는 나 처름 어리석진 않엇다. 물론 이러한 너를 나는 나무라지도 미워하지도 안는다. 오히려 이제 네가 따르려는 것 앞에서 네가 복되고 밝기 거울 갓기를 빌지도 모룬다.
정히야, 나는 이제 너를 떠나는 슬품을, 너를 니즐 수 없어 얼마든지 참으려구 한다. 하지만 정히야, 이건 언제라도 조타. 네가 백발일 때도 조코 래일이래도 조타. 만일 네 ‘마음'이 ¤ 흐리고 어리석은 마음이 아니라 네 별보다도 더 또렷하고 하늘보다도 더 높은 네 아름다운 마음이 행여 날 찻거든 혹시 그러한 날이 오거든 너는 부듸 내게로 와다고-. 나는 진정 네가 조타. 웬일인지 모루겟다. 네 적은 입이 조코 목들미가 조코 볼다구니도 조타. 나는 이후 남은 세월을 정히야 너를 위해 네가 닷시 오기 위해 저 夜空의 별을 바라보듯 잠잠이 사러가련다…….”


하는 어리석은 수작이엿스나 나는 이것을 당신께 보내지 않엇습니다. 당신 앞엔 나보다도 기가 차게 현명한 벗이 허다히 잇슬 줄을 알엇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단지 나도 당신처름 약어보려구 햇슬 뿐입니다.
그러나 내 고향은 역시 어리석엇든지 내가 글을 쓰겟다면 무척 좋아하든 당신이- 우리 글을 쓰고 서로 즐기고 언제까지나 떠나지 말자고 어린애처름 속삭이든 기억이 내 마음을 오래두록 언잖게 하는 것을 엇지 할 수가 없엇습니다. 정말 나는 당신을 위해- 아니 당신이 글을 ¤스면 좋겟다구 해서 쓰기로 헌 셈이니까요-.

당신이 날 맛나고 싶다고 햇스니 맛나드리겟습니다. 그러나 이제 내 맘도 무한 허트저 당신 잇는 곳엔 잘 가지지가 않습니다.
금년 마지막날 오후 다섯시에 ふるさと라는 집에서 맛나기로 합시다.
회답주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양웬리- :

KOKIA, 本当の音

2019. 2. 4. 21:05 from 美_아름다움.





本当は倒れそうですごく恐かったよ
사실은 쓰러질 것 같아서 정말 두려웠어

バカみたいにはしゃぎたてて平然を装っていた
바보처럼 떠들어대며 태연한 척 하고 있었지

夢ばかり語っているように見えたかもしれないけど
꿈만 잔뜩 얘기하는 듯이 보였을 지도 모르겠지만

それしかできなかったんだよ
그것밖에 할 수 없었어


カッコつけるしかないような有様で
허세 부릴 수밖에 없는 듯한 상태로

手を延ばしても掴めるものなんてない
손을 뻗어도 잡히는 것 없이

現実と夢の狭間で必死に
현실과 꿈 사이에서 죽을 힘을 다해

立っていようとした
서 있으려고 했어


強大な王国では絵空事が続いている
강대한 왕국에서는 허망한 일이 계속되고 있어

有り余る情報にいつしか呑み込まれてゆく
남아도는 정보에 어느새 삼켜져 가

本当の音を聞き逃さないよう
진짜 소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立ち止まり自分の音を探しているよ
멈춰 서서 나의 소리를 찾고 있어


私は今何を信じていいのか
나는 지금 무엇을 믿으면 좋을까

心に響く必死なものを見せて
마음에 울리는 필사적인 것을 보여줘

本当の音を聴かせてほしいの
진짜 소리를 들려주길 원해

じゃないとこの世界は…
그렇지 않으면 이 세계는…


何もかもが飾り立てられ本当の姿を失ってしまった
모든 것이 꾸며져서 진짜 모습을 잃고 말았어

私の棲むこの世界はこのままじゃ
내가 사는 이 세계는 이대로라면

あまりにも悲しすぎる
너무나 슬퍼


カッコ付けるしかないような有り様で
허세 부릴 수밖에 없는 듯한 상태로

それでもこのまま錆び付くよりはいい
그래도 이대로 녹스는 것보다는 나아

本当の音を聴かせてほしいの
진짜 소리를 들려주길 원해

じゃないとこの世界は…
그렇지 않으면 이 세계는…

何もかもが絵空事のよう
모든 것이 허망한 일 같아

心に響く必死なものを見せて
마음에 울리는 필사적인 것을 보여줘

現実と夢の狭間で必死に
현실과 꿈 사이에서 죽을 힘을 다해

立っていようとした
서 있으려고 했어

本当の音を聞かせて
진짜 소리를 들려줘

Posted by 양웬리- :

책상 주변에 좋아하는 것들을 가져다 놓아요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마감이 있을 때는 새벽 5시부터 아침 9시까지 작업하고, 9시부터 2시까지는 식사하고 운동 다녀오고 청소하고 고양이하고 놀고. 그리고 2시부터 6시나 7시까지 다시 책상 앞에 앉아요. 어떨 때는 다섯 시간 내내 앉아있기만 할 때도 있어요. 상당히 오래 앉아 있는 편인데 문장을 쓰고 잘라내는 과정을 반복해서, 하루 작업량이 많은 편은 아닙니다. 마감이 없을 때는 조금 더 마음대로 살아요.

 

주로 낮에 글을 쓰시는 거네요.


저녁은 좋아하는 사람들하고 보내고 싶어요. 저녁에 그런 시간을 갖지 못하면 이튿날 찌무룩해서 뭔가를 쓰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낮에는 햇볕이 있으니까. 햇볕이 있을 때 쓰는 게 좋습니다.

 

소설이 영 안 써질 때는 어떻게 하나요? 끝까지 책상 앞에 앉아 있나요? 다른 일을 하나요?


안 써진다고 바로 책상 앞을 떠나면 그날은 쓸 수 없어요. 가급적 그대로 앉아 있어요. 백지를 노려보면서…… 오늘은 도저히 안될 것 같은 날도 있는데 그런 날은 불편한 자리에서 짧게 낮잠을 자요. 이를테면 책상 밑이라든지 고양이 발치라든지…… 너무 편안하면 길게 자니까. 자고 일어나면 이만 닦고 다시 앉아요. 그럼 쓸 수 있어요. 제 경우엔 막상 쓰기 시작하면 참 좋은데, 쓰려고 책상 앞에 앉기까지가 너무 힘들어요. 책상 앞에 앉기 싫어서 운 적도 있어요. 그래서 책상 주변에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가져다 놓습니다. 종이 같은 것들이죠.


http://ch.yes24.com/Article/View/38042

Posted by 양웬리- :

1월의 마무리

2019. 1. 31. 13:44 from 美_아름다움.


있지,

어제는 바람이

너무 좋아서 그냥 걸었어

Posted by 양웬리- :
金も生活もどうでもいいよ 綺麗なものだけ見させてくれよ
카네모 세이카츠모 도-데모 이-요 키레이나 모노다케 미사세테쿠레요
돈도 생활도 어찌 되던 좋아 멋진 것들만 볼 수 있게 해줘

ライブ帰り浅虫の黄昏 そういう景色をもっと見たいよ
라이브 카에리 아사무시노 타소가레 소-이우 케시키오 못토 미타이요
라이브를 끝내고 돌아가는 아사무시의 황혼 그런 광경을 더 보고싶어

言葉は無力と誰かが言った 無力と言うのも言葉と知れば
코토바와 무료쿠토 다레카가 잇타 무료쿠토 이우노모 코토바토 시레바
말은 무력하다고 누군가가 말했어 무력하다고 말하는 것도 말이라는 것을 안다면

恨み辛みも嫉妬も賛美も 全弾こめて、悲観蜂の巣だ
우라미 츠라미모 싯토모 산비모 젠탄 코메테 히칸 하치노스다
원한도 괴로움도 질투도 찬미도 전 탄환을 담은, 비관의 벌집이다


誰かの言葉で話すのやめた 誰かの為に話すのやめた
다레카노 코토바데 하나스노 야메타 다레카노 타메니 하나스노 야메타
누군가의 말로 이야기하는 걸 그만뒀어 누군가를 위해서 이야기하는 걸 그만뒀어

ノルマ、売り上げ、数字じゃなくて 僕は言葉で会話がしたいよ
노루마 우리아게 스-지쟈나쿠테 보쿠와 코토바데 카이가가 시타이요
나는 할당량, 판매량, 숫자가 아니라 말로 대화가 하고 싶어
金も生活もどうでもいいよ 綺麗なものだけ見させてくれよ
카네모 세이카츠모 도-데모 이-요 키레이나 모노다케 미사세테쿠레요
돈도 생활도 어찌 되던 좋아 멋진 것들만 볼 수 있게 해줘

ライブ帰り浅虫の黄昏 そういう景色をもっと見たいよ
라이브 카에리 아사무시노 타소가레 소-이우 케시키오 못토 미타이요
라이브를 끝내고 돌아가는 아사무시의 황혼 그런 광경을 더 보고싶어

言葉は無力と誰かが言った 無力と言うのも言葉と知れば
코토바와 무료쿠토 다레카가 잇타 무료쿠토 이우노모 코토바토 시레바
말은 무력하다고 누군가가 말했어 무력하다고 말하는 것도 말이라는 것을 안다면

恨み辛みも嫉妬も賛美も 全弾こめて、悲観蜂の巣だ
우라미 츠라미모 싯토모 산비모 젠탄 코메테 히칸 하치노스다
원한도 괴로움도 질투도 찬미도 전 탄환을 담은, 비관의 벌집이다


誰かの言葉で話すのやめた 誰かの為に話すのやめた
다레카노 코토바데 하나스노 야메타 다레카노 타메니 하나스노 야메타
누군가의 말로 이야기하는 걸 그만뒀어 누군가를 위해서 이야기하는 걸 그만뒀어

ノルマ、売り上げ、数字じゃなくて 僕は言葉で会話がしたいよ
노루마 우리아게 스-지쟈나쿠테 보쿠와 코토바데 카이가가 시타이요
나는 할당량, 판매량, 숫자가 아니라 말로 대화가 하고 싶어
金も生活もどうでもいいよ 綺麗なものだけ見させてくれよ
카네모 세이카츠모 도-데모 이-요 키레이나 모노다케 미사세테쿠레요
돈도 생활도 어찌 되던 좋아 멋진 것들만 볼 수 있게 해줘

ライブ帰り浅虫の黄昏 そういう景色をもっと見たいよ
라이브 카에리 아사무시노 타소가레 소-이우 케시키오 못토 미타이요
라이브를 끝내고 돌아가는 아사무시의 황혼 그런 광경을 더 보고싶어

言葉は無力と誰かが言った 無力と言うのも言葉と知れば
코토바와 무료쿠토 다레카가 잇타 무료쿠토 이우노모 코토바토 시레바
말은 무력하다고 누군가가 말했어 무력하다고 말하는 것도 말이라는 것을 안다면

恨み辛みも嫉妬も賛美も 全弾こめて、悲観蜂の巣だ
우라미 츠라미모 싯토모 산비모 젠탄 코메테 히칸 하치노스다
원한도 괴로움도 질투도 찬미도 전 탄환을 담은, 비관의 벌집이다


誰かの言葉で話すのやめた 誰かの為に話すのやめた
다레카노 코토바데 하나스노 야메타 다레카노 타메니 하나스노 야메타
누군가의 말로 이야기하는 걸 그만뒀어 누군가를 위해서 이야기하는 걸 그만뒀어

ノルマ、売り上げ、数字じゃなくて 僕は言葉で会話がしたいよ
노루마 우리아게 스-지쟈나쿠테 보쿠와 코토바데 카이가가 시타이요
나는 할당량, 판매량, 숫자가 아니라 말로 대화가 하고 싶어
金も生活もどうでもいいよ 綺麗なものだけ見させてくれよ
카네모 세이카츠모 도-데모 이-요 키레이나 모노다케 미사세테쿠레요
돈도 생활도 어찌 되던 좋아 멋진 것들만 볼 수 있게 해줘

ライブ帰り浅虫の黄昏 そういう景色をもっと見たいよ
라이브 카에리 아사무시노 타소가레 소-이우 케시키오 못토 미타이요
라이브를 끝내고 돌아가는 아사무시의 황혼 그런 광경을 더 보고싶어

言葉は無力と誰かが言った 無力と言うのも言葉と知れば
코토바와 무료쿠토 다레카가 잇타 무료쿠토 이우노모 코토바토 시레바
말은 무력하다고 누군가가 말했어 무력하다고 말하는 것도 말이라는 것을 안다면

恨み辛みも嫉妬も賛美も 全弾こめて、悲観蜂の巣だ
우라미 츠라미모 싯토모 산비모 젠탄 코메테 히칸 하치노스다
원한도 괴로움도 질투도 찬미도 전 탄환을 담은, 비관의 벌집이다


誰かの言葉で話すのやめた 誰かの為に話すのやめた
다레카노 코토바데 하나스노 야메타 다레카노 타메니 하나스노 야메타
누군가의 말로 이야기하는 걸 그만뒀어 누군가를 위해서 이야기하는 걸 그만뒀어

ノルマ、売り上げ、数字じゃなくて 僕は言葉で会話がしたいよ
노루마 우리아게 스-지쟈나쿠테 보쿠와 코토바데 카이가가 시타이요
나는 할당량, 판매량, 숫자가 아니라 말로 대화가 하고 싶어




金も生活もどうでもいいよ 綺麗なものだけ見させてくれよ

돈도 생활도 어찌 되든 좋아, 아름다운 것들만 볼 수 있게 해줘

ライブ帰り浅虫の黄昏 そういう景色をもっと見たいよ

라이브를 끝내고 돌아가는 아사무시의 황혼 그런 광경을 더 보고싶어

言葉は無力と誰かが言った 無力と言うのも言葉と知れば

언어는 무력하다고 누군가가 말했어 무력하다고 말하는 것도 언어라는 것을 안다면

恨み辛みも嫉妬も賛美も 全弾こめて、悲観蜂の巣だ

원한도 괴로움도 질투도 찬미도 전부 탄환을 담은, 비관의 벌집이다

誰かの言葉で話すのやめた 誰かの為に話すのやめた

누군가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걸 그만뒀어 누군가를 위해서 이야기하는 걸 그만뒀어

ノルマ、売り上げ、数字じゃなくて 僕は言葉で会話がしたいよ

나는 할당량, 판매량, 숫자가 아니라 언어로 대화가 하고 싶어

Posted by 양웬리- :

  맑은 날도 흐린 날도 유리 너머에 있었다. 햇빛은 하루중 가장 강할 때에만 계단을 다 내려왔다. 유리를 경계로 바깥은 양지, 실내는 어디까지나 음지였다. 수많은 형광등 불빛으로 서점은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밝았으나 조도가 질적으로 달랐다. 나는 뭐랄까, 창백하게 눈을 쏘는 빛 속에서 햇빛을 바라보는 일이 많았다. 어느 날의 일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오후에, 유리를 통해 노랗게 달아오르고 있는 계단을 바라보다가 저 햇빛을 내 피부로 받을 수 있는 시간이 하루중에 채 삼십분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햇빛이 가장 좋은 순간에도 나는 여기 머물고 시간은 그런 방식으로 다 갈 것이다. 다시는 연애를 못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기회를 더는 상상할 수 없었다.

Posted by 양웬리- :

쏜애플, 서울

2019. 1. 14. 14:09 from 美_아름다움.


Posted by 양웬리- :

"나는 분명 힘주어 또박또박 말하고 있는데, 상대방하고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그쪽이 내 표정을 읽지 못하고 억양을 놓치는 거야. 상대가 그런 반응을 보이고 소통이 되지 않는 건 순전히 내 탓이라는 거지. 나 또한 그쪽이 무언가 말하면 뭐라고요. 잘 안들리네요. 다시 한번 말씀해보시겠어요라고 대꾸하고 나서야 비로소, 아 코앞에 있는 줄 알고 무례하게 대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뒤로 한 발 물러섰는데 사실은 꽤 멀었구나 하고 깨닫기 일쑤였고. 물리적 거리만이 아니라 매사가 그런 식이었어. 나는 예전처럼 무심코 가까이 다가갔다 그 쪽을 다치게 할지 몰라 망설이고 그쪽은 내가 뒷걸음질한 만큼 다가오고 그러면 또 나는 뒤로... 우리는 상대를 지척에 두고도 링반데릉에 빠져 서로에게 가 닿지 못하는 조난자들 같았어. 그러니 뭐가 될 턱이 있겠냐. 처음부터 사람을, 오래전 내가 도전했던 시멘트 건물이나, 그 후로 부딪치기를 피하느라 애쓴 전봇대와 같은 선상에서 대했으니 말이야. 그 사람한테 다가가야 할 때와 멀어져야 할 때를 계속 놓치고 실수하면서 나는 그 동안 내 몸속에 이렇게 많은 허허벌판이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확인했는데, 이를테면 내 안에 잘못 들어찬 텅 빈 공간이 오히려 몸의 체적보다 커서 한번 부딪치거나 적절한 타이밍을 맞추지 못할 때마다 나는 누에고치가 뽑아내는 실처럼 몸에서 공간을 토해내는 거라고, 이 개활지를 모두 뱉어내고 나면 어디에도 여분의 빈자리를 없을 테니 그 사람과 가장 적절한 간격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간격을 확정 짓는다는 건 곧 서로에게 다가갈 가능성도 내포한 것인 만큼 우리의 관계는 그때부터 비로소 시작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토해내도 내 인식과 감각은 달라지지 않았어. 그 사람이 실망하면서 떠나버린 뒤에야 나는 얼마나 그 쪽에 가까이 다다르고 싶었는지, 아니 밀착되고 싶었는지를 알았지.(31-32)"

Posted by 양웬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