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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2.02 황정은 작가 인터뷰
  2. 2019.01.21 황정은, 양의 미래

책상 주변에 좋아하는 것들을 가져다 놓아요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마감이 있을 때는 새벽 5시부터 아침 9시까지 작업하고, 9시부터 2시까지는 식사하고 운동 다녀오고 청소하고 고양이하고 놀고. 그리고 2시부터 6시나 7시까지 다시 책상 앞에 앉아요. 어떨 때는 다섯 시간 내내 앉아있기만 할 때도 있어요. 상당히 오래 앉아 있는 편인데 문장을 쓰고 잘라내는 과정을 반복해서, 하루 작업량이 많은 편은 아닙니다. 마감이 없을 때는 조금 더 마음대로 살아요.

 

주로 낮에 글을 쓰시는 거네요.


저녁은 좋아하는 사람들하고 보내고 싶어요. 저녁에 그런 시간을 갖지 못하면 이튿날 찌무룩해서 뭔가를 쓰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낮에는 햇볕이 있으니까. 햇볕이 있을 때 쓰는 게 좋습니다.

 

소설이 영 안 써질 때는 어떻게 하나요? 끝까지 책상 앞에 앉아 있나요? 다른 일을 하나요?


안 써진다고 바로 책상 앞을 떠나면 그날은 쓸 수 없어요. 가급적 그대로 앉아 있어요. 백지를 노려보면서…… 오늘은 도저히 안될 것 같은 날도 있는데 그런 날은 불편한 자리에서 짧게 낮잠을 자요. 이를테면 책상 밑이라든지 고양이 발치라든지…… 너무 편안하면 길게 자니까. 자고 일어나면 이만 닦고 다시 앉아요. 그럼 쓸 수 있어요. 제 경우엔 막상 쓰기 시작하면 참 좋은데, 쓰려고 책상 앞에 앉기까지가 너무 힘들어요. 책상 앞에 앉기 싫어서 운 적도 있어요. 그래서 책상 주변에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가져다 놓습니다. 종이 같은 것들이죠.


http://ch.yes24.com/Article/View/38042

Posted by 양웬리- :

  맑은 날도 흐린 날도 유리 너머에 있었다. 햇빛은 하루중 가장 강할 때에만 계단을 다 내려왔다. 유리를 경계로 바깥은 양지, 실내는 어디까지나 음지였다. 수많은 형광등 불빛으로 서점은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밝았으나 조도가 질적으로 달랐다. 나는 뭐랄까, 창백하게 눈을 쏘는 빛 속에서 햇빛을 바라보는 일이 많았다. 어느 날의 일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오후에, 유리를 통해 노랗게 달아오르고 있는 계단을 바라보다가 저 햇빛을 내 피부로 받을 수 있는 시간이 하루중에 채 삼십분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햇빛이 가장 좋은 순간에도 나는 여기 머물고 시간은 그런 방식으로 다 갈 것이다. 다시는 연애를 못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기회를 더는 상상할 수 없었다.

Posted by 양웬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