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를 좋아하는 죽은 친구를 둔 사람과
딸기 디저트를 좋아하는 죽은 친구를 둔 사람이
어느 날 거리에서 마주치게 되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일어났던 일이란 이런 것이다. 두 사람이 마주침, 두 사람이 서로를 몰라봄, 두 사람이 서로를 지나감, 두 사람이 멀어짐.
두 사람이
한 사람씩의영혼을 더 업고 있었다 해도, 그들이
여름 복숭아와
겨울 딸기 디저트를 포장해 가는 길이라고 해도
사실은 서로 다른 계절에서 온 사람이라고 해도
시공간은 그들을 잘 소화해 낼 수 있다.
교차로의 신호등처럼
사물을 규칙적으로 어긋나게 하는 게 시공간의 몫.
어떤 사람의 죽음이
오늘의 교통 상황에 숫자로 기록되는 동안
두 사람은 갑자기 자신의 어깨에 매달려 있던 어떤 영혼이 떠나가는 것을 느낀다.
두 사람의 마주침 때문은 아니다.
두 사람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지나쳐 가는
거리의 복잡성이
영혼에 대한 믿음을 부드러운 방식으로 앗아간 것이다.
이제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가
각자의 방식으로 애도를 마무리하고
남은 삶을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