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주변에 좋아하는 것들을 가져다 놓아요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마감이 있을 때는 새벽 5시부터 아침 9시까지 작업하고, 9시부터 2시까지는 식사하고 운동 다녀오고 청소하고 고양이하고 놀고. 그리고 2시부터 6시나 7시까지 다시 책상 앞에 앉아요. 어떨 때는 다섯 시간 내내 앉아있기만 할 때도 있어요. 상당히 오래 앉아 있는 편인데 문장을 쓰고 잘라내는 과정을 반복해서, 하루 작업량이 많은 편은 아닙니다. 마감이 없을 때는 조금 더 마음대로 살아요.

 

주로 낮에 글을 쓰시는 거네요.


저녁은 좋아하는 사람들하고 보내고 싶어요. 저녁에 그런 시간을 갖지 못하면 이튿날 찌무룩해서 뭔가를 쓰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낮에는 햇볕이 있으니까. 햇볕이 있을 때 쓰는 게 좋습니다.

 

소설이 영 안 써질 때는 어떻게 하나요? 끝까지 책상 앞에 앉아 있나요? 다른 일을 하나요?


안 써진다고 바로 책상 앞을 떠나면 그날은 쓸 수 없어요. 가급적 그대로 앉아 있어요. 백지를 노려보면서…… 오늘은 도저히 안될 것 같은 날도 있는데 그런 날은 불편한 자리에서 짧게 낮잠을 자요. 이를테면 책상 밑이라든지 고양이 발치라든지…… 너무 편안하면 길게 자니까. 자고 일어나면 이만 닦고 다시 앉아요. 그럼 쓸 수 있어요. 제 경우엔 막상 쓰기 시작하면 참 좋은데, 쓰려고 책상 앞에 앉기까지가 너무 힘들어요. 책상 앞에 앉기 싫어서 운 적도 있어요. 그래서 책상 주변에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가져다 놓습니다. 종이 같은 것들이죠.


http://ch.yes24.com/Article/View/38042

Posted by 양웬리- :

1월의 마무리

2019. 1. 31. 13:44 from 美_아름다움.


있지,

어제는 바람이

너무 좋아서 그냥 걸었어

Posted by 양웬리- :
金も生活もどうでもいいよ 綺麗なものだけ見させてくれよ
카네모 세이카츠모 도-데모 이-요 키레이나 모노다케 미사세테쿠레요
돈도 생활도 어찌 되던 좋아 멋진 것들만 볼 수 있게 해줘

ライブ帰り浅虫の黄昏 そういう景色をもっと見たいよ
라이브 카에리 아사무시노 타소가레 소-이우 케시키오 못토 미타이요
라이브를 끝내고 돌아가는 아사무시의 황혼 그런 광경을 더 보고싶어

言葉は無力と誰かが言った 無力と言うのも言葉と知れば
코토바와 무료쿠토 다레카가 잇타 무료쿠토 이우노모 코토바토 시레바
말은 무력하다고 누군가가 말했어 무력하다고 말하는 것도 말이라는 것을 안다면

恨み辛みも嫉妬も賛美も 全弾こめて、悲観蜂の巣だ
우라미 츠라미모 싯토모 산비모 젠탄 코메테 히칸 하치노스다
원한도 괴로움도 질투도 찬미도 전 탄환을 담은, 비관의 벌집이다


誰かの言葉で話すのやめた 誰かの為に話すのやめた
다레카노 코토바데 하나스노 야메타 다레카노 타메니 하나스노 야메타
누군가의 말로 이야기하는 걸 그만뒀어 누군가를 위해서 이야기하는 걸 그만뒀어

ノルマ、売り上げ、数字じゃなくて 僕は言葉で会話がしたいよ
노루마 우리아게 스-지쟈나쿠테 보쿠와 코토바데 카이가가 시타이요
나는 할당량, 판매량, 숫자가 아니라 말로 대화가 하고 싶어
金も生活もどうでもいいよ 綺麗なものだけ見させてくれよ
카네모 세이카츠모 도-데모 이-요 키레이나 모노다케 미사세테쿠레요
돈도 생활도 어찌 되던 좋아 멋진 것들만 볼 수 있게 해줘

ライブ帰り浅虫の黄昏 そういう景色をもっと見たいよ
라이브 카에리 아사무시노 타소가레 소-이우 케시키오 못토 미타이요
라이브를 끝내고 돌아가는 아사무시의 황혼 그런 광경을 더 보고싶어

言葉は無力と誰かが言った 無力と言うのも言葉と知れば
코토바와 무료쿠토 다레카가 잇타 무료쿠토 이우노모 코토바토 시레바
말은 무력하다고 누군가가 말했어 무력하다고 말하는 것도 말이라는 것을 안다면

恨み辛みも嫉妬も賛美も 全弾こめて、悲観蜂の巣だ
우라미 츠라미모 싯토모 산비모 젠탄 코메테 히칸 하치노스다
원한도 괴로움도 질투도 찬미도 전 탄환을 담은, 비관의 벌집이다


誰かの言葉で話すのやめた 誰かの為に話すのやめた
다레카노 코토바데 하나스노 야메타 다레카노 타메니 하나스노 야메타
누군가의 말로 이야기하는 걸 그만뒀어 누군가를 위해서 이야기하는 걸 그만뒀어

ノルマ、売り上げ、数字じゃなくて 僕は言葉で会話がしたいよ
노루마 우리아게 스-지쟈나쿠테 보쿠와 코토바데 카이가가 시타이요
나는 할당량, 판매량, 숫자가 아니라 말로 대화가 하고 싶어
金も生活もどうでもいいよ 綺麗なものだけ見させてくれよ
카네모 세이카츠모 도-데모 이-요 키레이나 모노다케 미사세테쿠레요
돈도 생활도 어찌 되던 좋아 멋진 것들만 볼 수 있게 해줘

ライブ帰り浅虫の黄昏 そういう景色をもっと見たいよ
라이브 카에리 아사무시노 타소가레 소-이우 케시키오 못토 미타이요
라이브를 끝내고 돌아가는 아사무시의 황혼 그런 광경을 더 보고싶어

言葉は無力と誰かが言った 無力と言うのも言葉と知れば
코토바와 무료쿠토 다레카가 잇타 무료쿠토 이우노모 코토바토 시레바
말은 무력하다고 누군가가 말했어 무력하다고 말하는 것도 말이라는 것을 안다면

恨み辛みも嫉妬も賛美も 全弾こめて、悲観蜂の巣だ
우라미 츠라미모 싯토모 산비모 젠탄 코메테 히칸 하치노스다
원한도 괴로움도 질투도 찬미도 전 탄환을 담은, 비관의 벌집이다


誰かの言葉で話すのやめた 誰かの為に話すのやめた
다레카노 코토바데 하나스노 야메타 다레카노 타메니 하나스노 야메타
누군가의 말로 이야기하는 걸 그만뒀어 누군가를 위해서 이야기하는 걸 그만뒀어

ノルマ、売り上げ、数字じゃなくて 僕は言葉で会話がしたいよ
노루마 우리아게 스-지쟈나쿠테 보쿠와 코토바데 카이가가 시타이요
나는 할당량, 판매량, 숫자가 아니라 말로 대화가 하고 싶어
金も生活もどうでもいいよ 綺麗なものだけ見させてくれよ
카네모 세이카츠모 도-데모 이-요 키레이나 모노다케 미사세테쿠레요
돈도 생활도 어찌 되던 좋아 멋진 것들만 볼 수 있게 해줘

ライブ帰り浅虫の黄昏 そういう景色をもっと見たいよ
라이브 카에리 아사무시노 타소가레 소-이우 케시키오 못토 미타이요
라이브를 끝내고 돌아가는 아사무시의 황혼 그런 광경을 더 보고싶어

言葉は無力と誰かが言った 無力と言うのも言葉と知れば
코토바와 무료쿠토 다레카가 잇타 무료쿠토 이우노모 코토바토 시레바
말은 무력하다고 누군가가 말했어 무력하다고 말하는 것도 말이라는 것을 안다면

恨み辛みも嫉妬も賛美も 全弾こめて、悲観蜂の巣だ
우라미 츠라미모 싯토모 산비모 젠탄 코메테 히칸 하치노스다
원한도 괴로움도 질투도 찬미도 전 탄환을 담은, 비관의 벌집이다


誰かの言葉で話すのやめた 誰かの為に話すのやめた
다레카노 코토바데 하나스노 야메타 다레카노 타메니 하나스노 야메타
누군가의 말로 이야기하는 걸 그만뒀어 누군가를 위해서 이야기하는 걸 그만뒀어

ノルマ、売り上げ、数字じゃなくて 僕は言葉で会話がしたいよ
노루마 우리아게 스-지쟈나쿠테 보쿠와 코토바데 카이가가 시타이요
나는 할당량, 판매량, 숫자가 아니라 말로 대화가 하고 싶어




金も生活もどうでもいいよ 綺麗なものだけ見させてくれよ

돈도 생활도 어찌 되든 좋아, 아름다운 것들만 볼 수 있게 해줘

ライブ帰り浅虫の黄昏 そういう景色をもっと見たいよ

라이브를 끝내고 돌아가는 아사무시의 황혼 그런 광경을 더 보고싶어

言葉は無力と誰かが言った 無力と言うのも言葉と知れば

언어는 무력하다고 누군가가 말했어 무력하다고 말하는 것도 언어라는 것을 안다면

恨み辛みも嫉妬も賛美も 全弾こめて、悲観蜂の巣だ

원한도 괴로움도 질투도 찬미도 전부 탄환을 담은, 비관의 벌집이다

誰かの言葉で話すのやめた 誰かの為に話すのやめた

누군가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걸 그만뒀어 누군가를 위해서 이야기하는 걸 그만뒀어

ノルマ、売り上げ、数字じゃなくて 僕は言葉で会話がしたいよ

나는 할당량, 판매량, 숫자가 아니라 언어로 대화가 하고 싶어

Posted by 양웬리- :

  맑은 날도 흐린 날도 유리 너머에 있었다. 햇빛은 하루중 가장 강할 때에만 계단을 다 내려왔다. 유리를 경계로 바깥은 양지, 실내는 어디까지나 음지였다. 수많은 형광등 불빛으로 서점은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밝았으나 조도가 질적으로 달랐다. 나는 뭐랄까, 창백하게 눈을 쏘는 빛 속에서 햇빛을 바라보는 일이 많았다. 어느 날의 일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오후에, 유리를 통해 노랗게 달아오르고 있는 계단을 바라보다가 저 햇빛을 내 피부로 받을 수 있는 시간이 하루중에 채 삼십분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햇빛이 가장 좋은 순간에도 나는 여기 머물고 시간은 그런 방식으로 다 갈 것이다. 다시는 연애를 못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기회를 더는 상상할 수 없었다.

Posted by 양웬리- :

쏜애플, 서울

2019. 1. 14. 14:09 from 美_아름다움.


Posted by 양웬리- :

"나는 분명 힘주어 또박또박 말하고 있는데, 상대방하고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그쪽이 내 표정을 읽지 못하고 억양을 놓치는 거야. 상대가 그런 반응을 보이고 소통이 되지 않는 건 순전히 내 탓이라는 거지. 나 또한 그쪽이 무언가 말하면 뭐라고요. 잘 안들리네요. 다시 한번 말씀해보시겠어요라고 대꾸하고 나서야 비로소, 아 코앞에 있는 줄 알고 무례하게 대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뒤로 한 발 물러섰는데 사실은 꽤 멀었구나 하고 깨닫기 일쑤였고. 물리적 거리만이 아니라 매사가 그런 식이었어. 나는 예전처럼 무심코 가까이 다가갔다 그 쪽을 다치게 할지 몰라 망설이고 그쪽은 내가 뒷걸음질한 만큼 다가오고 그러면 또 나는 뒤로... 우리는 상대를 지척에 두고도 링반데릉에 빠져 서로에게 가 닿지 못하는 조난자들 같았어. 그러니 뭐가 될 턱이 있겠냐. 처음부터 사람을, 오래전 내가 도전했던 시멘트 건물이나, 그 후로 부딪치기를 피하느라 애쓴 전봇대와 같은 선상에서 대했으니 말이야. 그 사람한테 다가가야 할 때와 멀어져야 할 때를 계속 놓치고 실수하면서 나는 그 동안 내 몸속에 이렇게 많은 허허벌판이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확인했는데, 이를테면 내 안에 잘못 들어찬 텅 빈 공간이 오히려 몸의 체적보다 커서 한번 부딪치거나 적절한 타이밍을 맞추지 못할 때마다 나는 누에고치가 뽑아내는 실처럼 몸에서 공간을 토해내는 거라고, 이 개활지를 모두 뱉어내고 나면 어디에도 여분의 빈자리를 없을 테니 그 사람과 가장 적절한 간격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간격을 확정 짓는다는 건 곧 서로에게 다가갈 가능성도 내포한 것인 만큼 우리의 관계는 그때부터 비로소 시작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토해내도 내 인식과 감각은 달라지지 않았어. 그 사람이 실망하면서 떠나버린 뒤에야 나는 얼마나 그 쪽에 가까이 다다르고 싶었는지, 아니 밀착되고 싶었는지를 알았지.(31-32)"

Posted by 양웬리- :
단순히 나는 여기에 있어도 돼.’가 아님을 잘 생각해야 한다. 나는 내가 싫어. 하지만 좋아할 수 있을 것도 같아. 어차피 나는 나야. 내가 나를 허락하면 괜찮은 거야.’ 이 메시지는 단순히 나는 내가 좋아.’로 귀결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극히 현실적이며, 그래서 더욱 가치가 있다. 신지는 여기서 또 다른 가능성에 대해 깨달았을 뿐, 여전히 그 스스로에 대해 긍정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보완 이후 현실에 눈을 뜬 신지는 여전히, 아니 당연히, 스스로를 혐오하고 있었을 테다. 마음 아주 깊은 곳에,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깨달음의 씨앗만 심어 두었을 뿐, 여전히 그는 자신, 타인이 두려웠다. 그래서 남을 상처 입힌다. 카오루가 경고한 대로이다. 그리고 신지는 이미 그것을 각오했다.상처 입히지 않을 자신이 있어서가 아니라,그래도 그런 현실을 견딜 자신이 있어서
여기 있어도 돼?’에 대해 신지 스스로 내린, 값진 결론이기도 했다. 그러나 저 메시지가, 단순히 나는 여기에 있어도 돼.’가 아님을 잘 생각해야 한다. 나는 내가 싫어. 하지만 좋아할 수 있을 것도 같아. 어차피 나는 나야. 내가 나를 허락하면 괜찮은 거야.’ 이 메시지는 단순히 나는 내가 좋아.’로 귀결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극히 현실적이며, 그래서 더욱 가치가 있다. 신지는 여기서 또 다른 가능성에 대해 깨달았을 뿐, 여전히 그 스스로에 대해 긍정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보완 이후 현실에 눈을 뜬 신지는 여전히, 아니 당연히, 스스로를 혐오하고 있었을 테다. 마음 아주 깊은 곳에,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깨달음의 씨앗만 심어 두었을 뿐, 여전히 그는 자신, 타인이 두려웠다. 그래서 남을 상처 입힌다. 카오루가 경고한 대로이다. 그리고 신지는 이미 그것을 각오했다.상처 입히지 않을 자신이 있어서가 아니라,그래도 그런 현실을 견딜 자신이 있어서였다. 아주 중요한 차이이다!

1.

여기 있어도 돼?’란 질문을 대한 답을 생각해본다.

그 답이 단순히 '나는 여기에 있어서 좋아'일 수는 없다. 그건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다.


2.

"나는 내가 싫어. 항상 사라지고 싶을만큼. 하지만 언젠가 좋아할 수 있을지도 몰라. 어차피 나는 나일 수밖에 없으니까. 내가 '나'를 허락하다면 괜찮을거야. 그냥 그렇게 있고 싶어. 그래, 나는 여기에 있고 싶어." 이게 오히려 더 지금 나의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이면서 솔직한 답이다.


3.

스스로를 긍정한다는 것은 나 같은 삐딱이에게는 너무나도 어려운 목표다.

항상 나에게 허락되는 것은 '또다른 가능성'일 뿐이지, 이전으로부터 완전히 새로워진 결과물로서의 이상적인 나는 아닐 것이다. 내가 지닌 공허는 내가 앞으로 무엇인가를 이루어내더라도 쭉 계속 될 것이다.


4. 

올 한 해 몸과 마음 속에 심어낸 것은 '내가 매일매일 조금씩 변해갈 수 있다'는 믿음의 인셉션. 그 작은 씨앗이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아직은 모르겠다. 긴 호흡으로 두고 보자.


5.

여전히 관계에서 상처를 입었고, 상처를 주었고, 나 스스로를 종종 혐오했으며 타인을, 그리고 세계를 두려워했다. 여전히 2017년으로부터 회복 중. 2008년에 이어 2018년은 큰 변곡점이었다.


6.

여러 번의 순례 이후에도 삶은 계속 된다. 어쩌면 삶 자체가 순례다.

그러나 계속, 어떤 각오를 하게 된다.


7.

앞으로 남에게 상처주지 않을 자신이 있어서, 는 아니다.

'그런 현실'을 어찌저찌 견뎌낼 자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차이를, 올 해

많이 배웠다.

Posted by 양웬리- :

어느 12월의 기록

2018. 12. 30. 00:49 from 理_앓음다움.

1. 누군가를, 아니 이번 생에 나 자신을 정말이지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 조우en-counter할 수 있을까. 또 설령 그렇다한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줄 수 있는 세상은 정말이지 희소하게 존재한다는 말은 너무나도 맞는 말이다. 세상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그게 잘 안된다고 힘들어하는 것이 나한테는 무척이나 중요한 문제일 수 있지만, 세상은 그걸 전혀 배려해주지 않는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 이건 잔인한 것이 아니라 그냥 그런 것이다.


2. 나와 세상 사이에서 위화감과 비슷한 감정을 느낄 때마다 나는 텍스트 속으로 '휙' 도피해온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가 현재 있는 곳이 리얼 월드가 아닌 일종의 판타지 월드라는 점은 머리로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 번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세상은 넓다. 작은 은신처를 넘어서 좀 더 밖으로도 나가봐야 한다. 나의 세상은 그동안 너무나도 왜소해지고 말았기에.


3. "나여만 한다, 나이기 때문에 안된다, 나여만 한다"가 끊임없이 루프 중. 그런 상황 속에서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여러 곳에서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 전혀 다른 삶을 살아보고 해방감에 가까운 즐거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 반대급부로 '지금 이 곳'의 나를 충분히 받아들이지는 못하고 있다. 나 역시 "어디에 가서도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고 돌아와버린 것"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 경험 자체가 무의미한 '공회전'이었다고는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경험이 공회전이 되버리게 만드는 것은 현재의 나의 선택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이 곳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나는 모욕당한 인간이다. 한 발자국을 내딛는다면 나는 패배하지 않은 인간이 될 수 있다. 후자의 길을 택한다. 


4. 그렇기에 어떤 막연한 기대들이 뭉게뭉게 생기고, 그렇게 생겨난 기대들이 내 눈과 마음을 흐리게 했다. 가장 두고두고 아픈 부분이다. 나를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런 부분들을 좀 더 섬세하게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것만이 내가 타자/상대방에게 바라는 것이 되어서는 물론 안 되겠지만 말이다.  마초가 되지 않겠다는 선택이 영원히 순진한 척하는 어린 아이로 남아버리는 선택이 되어버렸다는 싸한 느낌도 있다. 바보같아.


5. 텍스트 속의 세계를 종횡무진 넘나들면서도, 텍스트 바깥에서도 온전하면서도 유능한 인간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할 때면 항상 아빠한테 들었던 할아버지 생각이 나서 모골이 송연해진다. 식민지 지식인으로서 공부를 정말 잘했지만,  사회생활 측면에서는 샌님처럼 너무나도 무능했고, 사태를 직시하지 않고 최대한 책임을 도피해버린 할아버지. 할아버지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어릴 때는 할아버지의 좋은 면이 눈에 들어왔다면, 요새는 그런 면들이 계속 눈에 밟힌다. 아빠로부터 들은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나의 영원한 반면교사.


6. 세상 바깥도 무서운 게 맞지만, 현재는 텍스트 안의 세계도 무서워서, 가끔 꿈도 꾼다. 텍스트에 잡아먹히는 꿈. 둘 다 마주해야 한다. 더 피할 수는 없다. 반격을 시작하자. 어차피 누가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일은 아니잖아? 까짓 것. 


7. 목소리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내 '단조로운' 목소리가 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 조금은 서툰 수단이며, 타인에게 내가 진정으로 생각하는 바를 아리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 목소리를 조금 한 톤 정도 높이고, 다양하게 소리를 내보면 좋겠다는데...가끔 내가 깔깔거리는 목소리는 너무 높고, 평소의 목소리는 너무 낮고 변화가 적은 편이어서  나도 괴리감을 느낄 때가 있는데, 적당선을 찾아보고 싶다.




Posted by 양웬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