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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3.25 이용악, 우라지오 가까운 항구에서, 1937
눈포래에 얼어붙는 섣달 그믐 
밤이 
얄궂은 손을 하도 곱게 흔들길래 
술을 마시어 불타는 소원이 이 부두로 왔다 

걸어온 길가에 찔레 한 송이 없었대도 
나의 아롱범은 
자옥자옥을 뉘우칠 줄 모른다 
어깨에 쌓여도 하얀 눈이 무겁지 않고나 

철없는 누이 고수머릴랑 어루만지며 
우라지오의 이야길 캐고 싶던 밤이면 
울어머닌 
서투른 마우재말도 들려주셨지 
졸음졸음 귀밝히는 누이 잠들 때꺼정 
등불이 깜박 저절로 눈감을 때꺼정 

다시 내게로 헤어드는 
어머니의 입김의 무지개처럼 어질다 
나는 그 모두를 살뜰히 담았으니 
어린 기억의 새야 귀성스럽다 
거스리지 말고 마음의 은줄에 작은 날개를 털라 

드나드는 배 하나 없는 지금 
부두에 호젓 선 나는 멧비둘기 아니건만 
날고 싶어 날고 싶어 
머리에 어슴푸레 그리어진 그곳 
우라지오의 바다는 얼음이 두텁다 

등대와 나와 
서로 속삭일 수 없는 생각에 잠기고 
밤은 얄팍한 꿈을 끝없이 꾀인다 
가도 오도 못할 우라지오
Posted by 양웬리- :